의료AI·의료기기 키우는 디지털의료제품법, 앞으로의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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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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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유효성 확보하면서도 산업 발전에 방점 찍어야” 제언
실사용 평가 및 데이터 활용 체계 구축으로 신속 인허가 기대
규제당국-산업계 소통 제안도 나와…“제도 다지는 한 해 될 것”

 

지난해 1월 시행된 디지털의료제품법의 성과를 점검하고 의료 인공지능(AI)와 디지털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위한 미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LW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5 한국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투명하고 유연한 규제, 디지털의료제품법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분과 회의가 개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최한 이번 회의에서는 디지털의료제품법의 성과와 향후 발전 방향이 다뤄졌다.

동아대 대학원 재난관리학과 이동규 교수가 사회를 맡고 율촌 정상태 변호사, 코어라인소프트 규제혁신부 박혜이 이사가 발제를 맡았으며, 연세의대 신재용 교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소프트웨어품질안전단 박준우 단장,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 디지털의료제품TF 손미정 팀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첫 번째 연자로 나선 정상태 변호사는 디지털의료제품법의 제정 배경과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이 법은 디지털 기술이 의료기기나 의약품과 융합된 제품들이 등장함에 따라 이를 규제하고 진흥할 수 있는 특별법으로, 2024년 1월 24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일반 소비자용 활동량계, 심박수 모니터, 수면 추적기 등 웰니스 제품에 해당하는 ‘의료건강지원기기’ 관련 규정은 산업계 적응을 위한 유예기간을 두어 오는 2026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 변호사는 “디지털의료제품법은 디지털 의료기기, 융합의약품, 의료건강지원기기(웰니스) 세 가지 제품을 규정하고 있으며, 특화된 인허가 절차, 실생활 평가, 우수관리체계 인증 등의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변호사는 이 법이 국제적 규제 동향과도 부합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21세기 치유법, 영국의 정신건강 혁신(MHI) 등 국제적 기준과 발 맞추면서도 일부 영역에서는 한국이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식약처가 디지털의료제품 규제 분야에서 국제 표준 마련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변호사는 “디지털의료제품법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면서도 산업 발전에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가 기계, 전자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많이 잃었지만, 의료기기, 웰니스, 건강기능 분야는 향후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식약처 지원 자료 필요…실사용 평가 활용 방안 등 마련돼야”

이어 발표를 진행한 박혜이 이사는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에 따른 산업계의 현황과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박 이사에 따르면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 이후 기존 의료기기법에서 허가받았던 디지털 관련 의료기기 800여 개가 새로운 디지털의료제품법 체계로 이관됐다.

박 이사는 디지털의료제품법을 통한 주요 개선사항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첫째, 기존 의료기기법 GMP 대비 디지털 기술 특성에 맞는 심사체계가 도입됐다. 둘째, 허가 측면에서 사용 목적과 작용 원리 기반의 분류체계가 도입돼 소프트웨어나 AI 기반 제품의 경로가 명확해졌다. 셋째, 실사용 평가를 통해 실제 의료환경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을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실사용 평가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디지털 의료기기는 지속적으로 성능이 개선되고 사용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데, 기존 임상시험만으로는 성능 평가에 한계가 있었다”며 “실사용 평가를 통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분석해 제품의 신뢰성, 안전성, 효과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디지털의료제품법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경우 ▲산업 경쟁력 강화 ▲원격의료 등 새로운 서비스 모델 활성화 ▲글로벌 시장 진출 촉진 ▲환자 맞춤형 치료 솔루션 제공 ▲의료비용 절감 등의 기대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박혜이 이사는 식약처와 산업계의 소통 강화를 제안했다. 그는 “새로운 법이 적용되면서 모호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해설서, 체크리스트 등 지원 자료가 필요하다”며 “AI 제품에 대한 동적 심사 체계, 실사용 평가 활용 방안, AI 변경 관리 기준 등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패널토론에서는 연세의대 신재용 교수가 실사용증거(RWE)를 활용한 디지털 의료기기 규제 개선 가능성을 언급했다.


신 교수는 “저희 연구팀이 RWE를 활용해 제품의 사용 범위 확장 사례를 연구했다. 기존에는 19세 이상 성인에게만 사용이 허가되었으나, 오픈 라벨 시험과 PMCF(시판 후 임상적 추적관찰) 분석 결과 소아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며 “이 때 식약처가 별도의 임상시험 없이도 허가를 얻게 된다면 2~3년의 임상시험 과정 없이 즉시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병원과 식약처의 실사용 평가 협력 모델을 제안했다. 신 교수는 “병원은 디지털 치료기기 플랫폼과 EMR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불면증 환자의 디지털 치료기기 사용 후 약물 감소 효과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식약처가 요구하는 평가 데이터를 사전에 명확히 정의해준다면 의료기기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식약처가 자체적으로 현장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며 “AI 제품의 실제 성능이 예상보다 낮은 사례들을 분석해 향후 유사 제품 평가 시 개선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박준우 단장은 디지털 의료기기의 보안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단장은 “얼마 전 SKT 유심 해킹 사태처럼,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서 기존의 해킹이나 사이버 침해 공격 기술들이 고스란히 의료제품으로 옮겨간다. 디지털 의료제품 안에는 개인정보, 건강정보, 진료정보가 담겨 있고, 공격에 의한 오작동 가능성도 있어 보안 대응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경고했다.

박 단장은 디지털의료제품법에 포함된 ‘전자적 침해 보안 지침’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지침은 IMDRF, ISO/IEC 등 해외 표준과 기준들의 분석을 통해 마련됐고, 사이버 보안, 위험 관리, 침해 행위 대응, 공급망 보안 등을 포괄하고 있다. 이 지침이 공표되면 디지털 의료제품의 보안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 디지털의료제품TF 손미정 팀장은 “기존 의료기기는 설계되면 형태가 거의 변하지 않지만, 디지털 의료기기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데이터를 활용하며, 병원 설치 후에도 학습을 통해 변한다. 이런 특성에 맞는 맞춤형 규제가 필요해 디지털의료제품법을 제정하게 됐다”며 “올해는 이 제도를 더 단단히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식약처는 정책학회로부터 ‘수입 규제행정의 디지털 전환으로 업무 효율화 및 규제비용 절감(전자심사24)’ 정책으로 ‘최우수정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상식을 비롯해 디지털의료제품법 분과 회의장에 오유경 식약처장이 직접 참석했다.











김찬혁 기자 

출처 : 의료AI·의료기기 키우는 디지털의료제품법, 앞으로의 방향은? < 정부·기관 < 정책 < 기사본문 - 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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